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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중궁책벌(中宮責罰)... 정궁(正宮)의 서슬 퍼런 꾸짖음

문화부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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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著: 육서성 
演記: 한치선(타타오)    

[SOH] (전편에 이어) 그 행렬이 수선궁에 이르자 호위하던 관리가 주왕에게 이뢰었다.

“황후마마께서 수선궁 앞에 오시어 어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왕은 마시던 술을 내려놓고 서역에서 배송되었다는 희귀한 술을 맛보려고 화려한 장식의 주병을 만져보고 있다가 보고를 듣고는 고개를 돌렸다.

“음, 황후라! 맞아, 짐에게는 원배(元配)인 황후가있었지! 내 그대 때문에 황후가 있음도 잊고 있었노라! 하하핫!”

달기는 표정이 잠시 핼쓱해졌다가 다시 표정이 돌아왔다.

“제가 아직 황후께 인사도 못 드렸던 바, 예가 아니었음을 늘 염려했는데 마침 오시었다니 예를 올리고 모셔 오렵니다.”

“그러시오! 당연히 그래야지!”

달기가 황후 앞에서 절을 올리자 황후는 답례를 하고 몸을 바로 세운다. 달기가 황후를 내전으로 안내하였고 황후는 들어와 주왕에게 예를 올렸다. 두 사람 다 말은 없고 동작으로만 예를 갖추는 가운데 삼엄한 긴장이 흘렀다. 

주왕은 자기 우측에 황후를 앉게 했다. 황후는 정궁(正宮)이며 원배(元配)이므로 황제 곁에 앉지만 달기는 미인(美人)의 위치이므로 서서 시립(侍立)해야 했다.

“황후가 오늘 수선궁에 오니 짐이 참 즐겁소! 이보오 소미인! 궁녀 곤연(鯀捐)에게 단판(檀板)을 두드리게 하고 미인이 가무를 한판 보여주어 황후께 감상케 하면 어떻겠소?”

이에 달기가 눈짓을 하자 곤연이 박자판을 가볍게 두드리기 시작했고 달기는 봄바람 같은 가락으로 노래를 뽑으며 한들한들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무지개색 치마가 일렁이고 허리띠는 춤가락에 나부끼는데 그 옷자락엔 티끌조차 앉지 못하고 달빛 속의 항아가 춤을 추는 듯하여 보는 이를 아득하게 하였다. 주왕이 흥을 참지 못해 일어서서 달기와 어우러져 창을 뽑는데 이러하였다.

“그 연붉은 입술은 이슬 젖은 앵도요
허공을 휘젓는 손가락은 막 돋아나는 죽순 같아라
복사꽃 그 뺨은 첫 꽃술이 터지려는 듯하네
옥으로 빚은 천녀가 어이 인간으로 화생하였는가”

양쪽에 시립한 속없는 궁녀들이 갈채를 보내며 일제히 환호하였으나 강황후는 그저 눈으로 코 끝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주왕은 그런 황후를 보고 속도 없이 말을 건넸다.

“이보오 황후! 광음(光陰)은순간이요세월은물처럼흐르는데좋은날은그리길지않다고합디다. 게다가 미인 달기의 노래와 춤은 가히 천상의 격조이니 진실로 보배롭지 않소? 그런데 황후는 그것을 즐기지도 않으니 무슨 일이오?”

강황후가 엄숙한 어조로 대답했다.

“첩이 듣기로는 임금이 도가 있으면 환락을 천하게 여기고 도덕을 귀히 여기며 달콤한 감언은 귀에 담기도 싫어하며 여색은 살모사 보듯 피한다 하였습니다. 하늘의 보배는 일월성신이요, 땅의 보배는 오곡백과이며 나라의 보배는 충신이요, 가정의 보배는 현처(賢妻)와 효자라 하였습니다.

이 네 가지야말로 천지와 나라와 백성이 모두 지닐 보배인 것입니다. 그런데 전하께오선 아첨에 귀가 익어 간신을 귀히 여기고 또 한 일개 덧없는 미색에 감관이 녹아내려 바른 방도를 알려주는 도인을 무시하며 충신을 죽이고 노신을 쫓아내면서도 아까운 줄도 모르시니 이는 수탉 대신 암탉이 울게 하여 새벽을 알리려는 무모한 일이라 보옵니다.”

마시는 황후의 말이 너무나 통쾌하여 절로 추임새가 나오고 박수가 터져 나왔으나 입바른 소릴 듣는 주왕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 황후는 내친 김에 말을 이었다.

“이제라도 폐하! 허물을 보시었거든 단호히 멈추실 것이며 간신과 술과 여색을 멀리 하여 천하의 근심을 덜게 하시고 부지런히 밀린 정사를 현신들과 함께 풀어 가시옵소서! 언로(言路)가 막힌 지금 저라도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어 황공하면서도 이 얼마나 큰 다행인지요!”

황후의 직언을 사정없이 온 얼굴로 맞은 주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올랐으나 술이 만취된 상태인지라 뭐라 대답할 조리 있는 말을 찾지 못해 허둥대는 동안에 강황후는 서둘러 예를 하고는 재빨리 물러서서 자신의 궁으로 돌아가 버렸으니 그야말로 썰물이 빠지는 듯하였다.

“저 것이 내가 지 아비를 보아 거두어 돌봐 준 은총은 생각지도 않고 이제 와서 저리도 사나운 소릴 마구 해대다니! 황후만 아니었다면 금과로 그 주둥이를 부셔줄 것을!”

주왕은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 아까 개봉하려 했던 서역의 술을 거칠게 열더니 스스로 술잔에 술을 치고는 달기에게 말했다.

“세상사람들이 천상의 가무를 보아도 모르고 들어도 즐길 줄 모르니 이게 무슨 꼴인가? 이 보게 미인이여! 내 기분도 풀어줄 겸 다시 한번 그 고운 춤선을 보여주겠나?”

달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은듯 두 손을 아랫배에 모으고 음조 없이 대답하였다.

“첩은 이제부터 감히 노래도 춤도 추지 못하겠사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인고?”

“강황후는 지금 전하 앞에서 첩을 몹시 꾸짖은 것인데 아시옵니까? 그것은 마치 전하와 저를 싸잡아 천하의 몹쓸 사람들로 치부한 것과 같사옵니다. 저야 본래 천한 여인내라지만 전하까지 그런 모욕을 입게 되니 저로서는 가슴에 천개의 바늘이 꼽힌듯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아려옵니다.

이제 만약 황후께서 천첩을 비난하여 성총을 어지럽히는 주범으로 소문을 퍼뜨린다면, 그래서 신하들이 중론을 모아 저를 감찰하고 소환하여 책임이라도 묻는 날이면 천첩은 머리를 다 뽑혀도 그 벌이 끝나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런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한 지금 저더러 무슨 노래를 하고 춤을 추시라 하시옵니까?”

말을 쏟아내고 달기는 눈물을 이어 펑펑 쏟아내며 주왕 앞에 엎드렸다.

주왕은 콧김을 훅 뿜고 손을 휘두르며 돌이킬 수 없는 말을 토해내고 말았다.

“그대 미인은 아무 염려 말고 짐을 모시기만 하라! 내 그 천한 사람을 황후에서 폐하고 그대를 황후로 삼을 것이다!”

주왕의 그 말 한마디에 달기는 마치 혹한의 바람을 뚫고 따스한 집에 돌아온 소녀처럼 볼이 발그레해지며 다시 얼굴을 풀더니 웃음기를 만면에 피워내면서 주왕에게 안기었다.

얼마 후 초하룻날 아침-강황후가 있는 중궁에서 각 궁의 비빈(妃嬪)들이 황후에게 하례를 하게 되었다. 황비호의 누이인 서궁(西宮)의 황귀비, 현경궁(馨慶宮)의 양귀비(楊貴妃) 등도 모두 중궁에 모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수선궁의 달기도 참예하게 되었다. 달기가 들어서서 살피니 중앙에 강황후가 좌정하였고 좌측에 황귀비, 우측에 양귀비가 있는 데 그 위엄이 자못 삼엄하였다. 달기가 예를 올리니 두 귀비가 물었다.

“그쪽이 소미인인가?”

“예! 예가 많이 늦었사옵니다.”

강황후가 꾸짖어 말했다.

“예를 아는 네가 과연 이런 행태를 보인단 말이냐? 천자께서 정무를 도외시하고 연일 술과 여색에 빠져 음란한 세월을 보내시는데 너는 어찌 한마디 간언도 하지 않고 오히려 천자를 미혹의 늪에 깊이 빠지게 하였느냐? 

심지어 충신들을 죽이고 쫓아내고 나라의 기둥이 흔들리게 하여 만조백관이 근심에 빠지게 되었으니 이는 하늘조차 두려워할 줄 모르는 짓 아니냐? 다시 또 그리 행동을 방자히 굴어 성총을 가린다는 말이 들리면 내 너를 궁중의 엄한 법도에 준하여 다스릴 것이니라! 물러가라!”

수선궁으로 돌아온 달기는 바닥에 털썩 앉아 분노의 더운 숨을 뿜어내며 억울함을 어찌할 줄 몰라 했다. 마시는 그녀를 바라보며 속이 다 시원했지만 그녀의 속내가 궁금하였기에 시비 곤연에게 슬쩍 깃들어서 다가와 물었다.

“오늘 중궁에서 하례시에 무슨 매운 말씀이라도 들으셨습니까?”

달기는 화가 치솟아 마시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씩씩대며 말했다.

“천자의 사랑은 내가 온통 받고 있거늘! 강황후는 양쪽에 두 귀비를 두고 나를 겁박하며 치욕을 주었다. 이는 승상에게서도 태사나 대부에게서도 들은 적이 없을만큼 무서웠네라. 이 한을 어찌 갚을거나?”

곤연에 깃든 마시는 넌지시 떠보았다.

“소녀가 곁에서 지켜보기에도 너무 무섭게 타오르는 사랑인지라 염려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뜨거우면서도 오래 가는 사랑은 본 적이 없습니다. 옛 하나라의 걸왕이 말년에 말희와 사랑에 빠졌다가 결국 자신도 비참하게 끝나고 나라를 말아먹지 않았습니까? 이제라도 낭랑께서 전하와 조금은 거리를 두시면서…” 

“미쳤니?!”

갑자기 달기가 곤연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그 손톱이 어깨를 파고드는데 순식간에 몇 방울의 피가 맺혔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어딜 끼어드느냐? 넌 기호지세(騎虎之勢)란 말도 모르느냐? 내가 전하와 사랑에 빠진 것은 마치 거대한 호랑이를 올라탄 것과 같아서 떨어지는 순간 죽느니라!”

“하, 하오면?”

“끝까지 가야 하리라!”

“끝까지라 하오면…”

달기가 문득 곤연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너 오늘 왜 이리 말이 많으냐? 내가 울먹이고 있으니 마치 네 친구라도 된 것 같으냐?”

마시는 들킬까 싶어 슬며시 곤연의 몸에서 빠져나왔고 달기는 말을 이었다.

“내가 예민해져서 말을 좀 심하게 했나보다. 미안하다 곤연!”

곤연은 꿈에서 막 깨어난듯 잠시 달기를 바라보다가 전혀 다른 분위기로 말을 받았다.

“낭랑께선 작은 칼은 여러 개 없으나 가장 큰 칼을 쥐고 계시옵니다. 바로 전하의 전적인 애정과 비호가 그것이지요.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그래, 그렇지만 큰 칼을 가졌다 하나 그것을 쓰는 데에는 때가 와야 하고 명분이 있어야 하는 법! 네게 무슨 묘안이라도 있는 게냐?” 

“황후를 거리로 내쳐야 하옵니다! 그러지 못하오면 반드시 낭랑께서 거리로 내쳐지게 되옵니다.”

달기는 과감해진 곤연의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서까레 쪽에 붙어 그녀의 말을 들은 마시는 생각했다.

‘곤연! 저년이 더 무서운 년이 아닌가? 세상에…’

곤연이 말을 이었다.

“낭랑 혼자서는 그 칼을 들 수조차 없을 것입니다. 바깥 신하와 손을 잡으시지요!”

“바깥 신하라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 달기를 본 곤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그 사람입니다. 대부 염중! 그 자야말로 천자의 신뢰를 업고 무엇이든 행할 야욕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무슨 계책을 내서든지 황후를 끌어내릴 묘책을 찾게 하십시오.”

“그에게는 성사시에 큰 벼슬을 주고 최고의 녹봉을 약속한다?”

“네! 낭랑깨서 서둘러 그에게 전할 밀지 한통을 써주십시요. 제가 그의 동선을 아오니 그에게 전달하고 충분한 속이야기도 해두렵니다.”

달기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곤연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그녀의 멱살을 부여잡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곤연! 넌 어떻게 이런 계책을 다 생각해 두었느냐? 마치 준비라도 해 온 것처럼…”

멱살을 잡힌 곤연은 소리 없이 웃다가 마침내 어깨를 들먹이며 히히히힛 웃어댔다. 달기도 놀랐고 서까래의 마시 또 한 놀라서 그녀를 뚫어지게 보았다.

“넌 비파의 정령!!!???”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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