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동한시기 여남성에는 노인이 약을 팔고 있는 허름한 약국이 있었습니다.
그 약은 백 가지 병에 효험이 있는 만병통치로서 아무리 중한 병일지라도 노인이 지어주는 약을 먹고 며칠 토사로 고생을 하고 나면 몸은 어느 덧 가뿐하게 회복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인의 집 앞은 연일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어서 하루에도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노인은 시종여일하게 해가 넘어가 약방문을 닫으면 그 날의 수입에서 자신의 생활비만을 남기고 남은 돈은 마을의 헐벗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나면 기이하게도 노인의 종적은 묘연해졌습니다.
때때로 깊은 밤 위급한 환자가 그를 찾아 왔지만 집은 비어있었고 그를 보았다는 사람도 없어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어스름이 짙게 깔려오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지방의 하급관리가 노인의 집 앞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노인이 벽에 걸려 있는 표주박 속으로 뛰어 올라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관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으나 곧 노인이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경외심이 우러나 다음 날부터 매일 노인의 집을 청소해 주고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보냈습니다. 노인은 관리의 성의를 묵묵히 받아들였습니다.
상당한 시일이 흘러갔으나 관리의 행동은 한결같았으며 노인에게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느 날 노인은 청소를 하고 있는 관리에게 말했습니다.
“자네는 오늘 해가 진후에 조용히 나를 찾아오게나.”
관리는 밤거리에 행인의 발길이 뜸해지기를 기다려 노인을 찾아갔습니다.
“자네는 내가 표주박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으니 오늘은 나를 따라 표주박 속으로 들어오게나.”
노인은 관리의 의사는 듣지도 않고 몸을 솟구쳐 표주박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관리도 노인의 흉내를 내어 몸을 솟구쳤더니 어느 새 표주박 속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표주박 안은 뜻밖에도 하나의 광활한 세계였습니다. 오색 휘황한 첩첩의 누각과 굽어진 회랑이 있었고 수십 명의 하인들이 노인의 좌우에 대기해 있었습니다.
“나는 원래 선인(仙人)으로 죄를 지어 잠시 인간 세상에 유배되었다네. 자네는 도(道)에 인연이 있어 나를 만난 걸세.”
이에 관리는 노인에게 큰절을 올리고 스승으로 모셨습니다.
어느 날 노인은 술 한 항아리를 들고 찾아와 그와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술항아리는 작아 양이 얼마 되지 않아 보였으나 그들이 밤새도록 마셔도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동이 트자 노인이 말했습니다.
“이제 난 곧 이곳을 떠날 때가 됐다네. 어떤가, 자네는 나를 따라 가겠는가?”
“예. 저는 스승님을 따라 가겠습니다. 그런데 집 식구들이 모르게 하고 싶습니다.”
“그야, 쉽지.”
노인은 관리에게 대나무 장대 하나를 주며 말했습니다.
“자네 집으로 가서 아픈 척 누워 있다가 동이 트면 이 장대를 침상에 놓고 식구들 모르게 집을 나오게나.”
노인은 관리를 데리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노인은 관리를 한 무리의 늙은 호랑이 사이에 두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호랑이는 입을 크게 벌려 으르렁거리며 그를 물려고 달려들었으나 그는 놀라는 기색없이 태연하게 서서 호랑이를 노려보았습니다.
다음날은 노인이 관리를 석실(石室)에 가두었는데 그의 머리 위에는 새끼줄에 묶어 놓은 큰 바위가 그네를 타듯 흔들거렸으며 쥐들은 새끼줄을 갉아 먹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룻밤을 지내고도 그는 천연스러웠습니다.
“자넨 확실히 빚을 수 있는 그릇일세.”
노인은 껄껄 웃으며 이번에는 구더기가 가득 찬 분뇨를 한 소반 가져와서 먹도록 하였습니다. 관리는 악취가 풍기는 분뇨그릇을 몇 번이고 들어 올렸으나 차마 입속으로 넣지는 못했습니다.
노인은 그가 먹지 못하는 것을 보고 탄식하며 말했습니다.
“자네는 결국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네. 이 약은 선약(仙藥)일세. 그래도 자네는 지상에서 왕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수백세까지 살 수 있을 걸세.”
노인은 그에게 장대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였습니다. 장대는 곧 청룡이 되어 날아오르더니 잠깐 사이 그는 환자가 되어 침상에 누워 있었고 아내가 근심어린 얼굴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 관리는 비록 신선이 되지는 못했지만 일부 세간 소도를 배워 세인을 구제하고 하루에 천리를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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