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논어(論語)의 ‘이인(里仁)'편에 보면 ‘德不孤 必有隣(덕불고 필유린)' 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덕(德)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으로, 곧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따르는 무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웃’이란 ‘동류(同類)’를 말합니다. 따라서 이 말은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덕이 있는 무리가 따른다는 뜻입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도 하는데요. 대개 사람들은 같은 무리끼리 어울리기를 좋아하죠.

사람에게 덕(德)이 있다는 것은 마치 향기와도 같습니다. 그 그윽한 향기는 어느 샌가 멀리까지 퍼지게 되죠. 자신만 향기로운 게 아니라 주위까지도 향기롭게 하며, 그 향기를 맡고 깨끗한 사람들이 모여들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인물됨을 알려면 그가 어울리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안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동류를 모이게 할 뿐만 아니라 선량한 사람은 그 자신의 인품으로 주위 사람들을 감화시켜 같이 선(善)의 길로 나아가게 도와줍니다.

때로는 험한 세상 속에서 홀로 마음과 행실을 닦는 것 같이 느껴져 외로울 때가 있겠죠.

남들은 다 이익에 눈이 어두워 그악스럽게 살고 있는데, 나 혼자만 깨끗 하려고 하는 것이 혹 어리석게 느껴질 때도 있겠죠. 그러나 사람에게 있어 선량한 마음이란 마치 편안한 집과 같은 것이라, 그 속에 있을 때만이 진정으로 평화롭습니다.

그렇다면 덕이란 무엇인가요?

덕(德)에 대해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다음과 같이 풀이했습니다.

'덕은 올라간다는 것이다(德，升也. 從彳, 惪聲)' 왼쪽 彳(척)은 의미부분이고, 오른쪽은 발음부분인데요. 척(彳)이란 사람의 하지에서 고관절과 정강이, 발이 서로 연결된 것을 그린 것으로 사람이 천천히 걷는다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다시 말해 덕(德)이란 빨리 뛰거나 도약하는 것이 아니고 평지에서 산보하는 것도 아니며 제자리에서 답보하는 것도 아닌, 한걸음 한걸음씩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는 내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彳(오를 척)을 두인변이라고도 하지요. 또 오른쪽의 발음 부분을 보면 바로‘ 十一心, 열 개의 눈이 한 마음을 본다’라고 파자(破字)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보던, 보지 않던 누군가는 그것도 열 개의 눈이 그 사람의 한 마음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죠. 그래서 옛 사람들은 남몰래 덕을 쌓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지은 사마온공(司馬溫公)도 이야기했지요. 아무리 많은 재물과 서책을 쌓아 놓는다 해도 자손이 다 지키고 읽을 수 없으니 남몰래 자손을 위해 덕을 쌓는 것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유덕하다는 것, 그 자체가 큰 복인데, 어찌 외롭다고 느낄 것인가요.

그래서 공자는 늘 덕을 베풀 것을 강조였습니다.

‘너그러우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된다(寬則得衆:陽貨,  堯曰)’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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