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당나라 시인 장계(張繼)가 지은 풍교야박(楓橋夜泊·풍교에서 밤에 배를 대다)이란 시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月落烏啼霜滿天(월락오제상만천)
달 지고 까마귀 울어 하늘 가득 서리가 내려
江楓漁火對愁眠(강푸어화대수면)
강가의 단풍과 고깃배 불빛을 보며 시름 속에 졸고 있는데
姑蘇城外寒山寺(고소성외한산사)
소주성 밖 한산사에서
夜半鐘聲到客船(야반종성도객선)
깊은 밤 울리는 종소리가 객선까지 닿는구나”
이 한 수의 시를 통해 시인 장계의 이름과 한산사의 종소리가 천하에 이름을 날리게 됐다.
또 다른 당나라 시인 장대(張岱)는 ‘서호십경(西湖十景) 남병만종(南屏晚鍾)’이란 시에서 정자사(淨慈寺)의 아름다운 종소리를 묘사했다.
위 두 절의 종소리는 크고 맑으면서 유장해 감동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 시가 회자되는 이유는 종소리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사찰에서 종을 칠 때는 108번을 지킨다. 우리나라에서 신년을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는 33번 울리지만, 원래는 108번이다. 왜 하필 108번일까?
종(鐘)은 장중하면서도 맑은 소리가 나는 까닭에 예부터 사찰의 중요 법기(法器) 중 하나로 여겨졌다.
전설에 따르면 사원에서 타종하는 전통은 남조 양무제(梁武帝) 때부터 시작됐다.
일찍이 양무제가 고승 보지(寶志)화상을 만나 가르침을 청했다. “어떻게 해야만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까?”
그러자 화상은 “사람의 고통은 일시에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잠시나마 고통이 멈출 수 있을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양무제는 조서를 내려 사찰에서 매일 종을 치도록 했다.
사찰에서 사용하는 종은 용도에 따라 범종(梵鍾)과 환종(喚鍾) 두 가지로 나뉜다.
범종은 주로 많은 사람들을 소집하거나 혹은 아침저녁으로 시간을 알릴 때 사용한다. 반면 환종은 법회나 경축행사에서 불사(佛事)의 시작을 알리는 용도로 쓰인다.
이 외에도 사찰에서 명령을 전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일상적인 기상, 식사, 수면 혹은 승려를 소집하거나 경을 읽고 예불하는 것 등에 모두 종소리를 신호로 삼았다.
당나라 때 회해선사(懷海禪師)는 ‘백장청규(百丈清規)’에서 “총림의 호령은 큰 종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흔히 사찰의 대전(大殿) 앞에는 좌우 양쪽에 종루(鐘樓)와 고루(鼓樓)를 설치해 각각 종을 치고 북을 울린다.
사찰의 승려들은 하루 일과를 시작하거나 잠자리에 들 때 종과 북을 울려 경계로 삼고 수련을 격려한다. 때문에 ‘신종모고’(晨鍾暮鼓·새벽에는 종을 치고 저녁에는 북을 친다)라는 성어가 생겨났다.
‘백장청규’에는 “새벽에 종을 치는 것은 긴 밤을 깨뜨리고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이고 저녁에 종을 치는 것은 어두운 미혹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종을 칠 때는 천천히 해야만 소리가 길게 울려퍼진다. 무릇 36번씩 3차례 종을 치는데 총 108번을 친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럼 왜 하필 108번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일설에는 ‘주역(周易)’에서 9를 상서로운 의미로 보는데 108이 9의 배수이기 때문에 지고무상(至高無上)한 상징으로 삼았다고 한다.
또 다른 설에서는 불교에서 말하는 사람의 번뇌가 연중 108가지라 종을 108번 쳐서 인간의 모든 번뇌를 제거하는 의미로 삼았다고 한다.
또 다른 설에 따르면 사찰에서 108번 종을 치는 것은 1년의 의미가 담겨 있다. 즉, 1년 12달, 24절기, 72후(候, 5일이 1후이다)를 모두 합하면 108이 나오며 이는 매년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전통사회에서는 또 제야(섣달그믐밤)에 종을 쳐서 복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다.
반고(班固)가 저술한 ‘백호통의(白虎通義)’에서는 “종이란 움직임(動)로 양기(陽氣)가 황천(黃泉) 아래에서 만물을 움직여 기르는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이 말의 의미는 종이 지하의 양기를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종을 치면 양기가 지하에서 나와 만물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제야에 치는 종소리는 인생의 108번뇌가 제야와 함께 모두 사라지게 하고 새해 첫새벽을 연다는 의미가 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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