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과음을 경계하거나 절주를 위해 만들어진 계영배(戒盈杯)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준다.
계영배는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으로 잔의 7할 이상 술을 채울 경우 모두 밑으로 새어버리므로 7부 직전까지만 따라야 술을 온전히 마실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학적으로 보면 계영배는 사이펀(Siphon)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잔 속에 관을 만들어 그 관의 높이까지 액체를 채우면 새지 않으나 관의 높이보다 높게 액체를 채우면 관 속과 물의 압력이 같아져서 수압차에 의해 액체가 흘러나오게 된다.
절주배(節酒杯)라고도 부르는 이 잔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계영배는 고대 중국에서 제천의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춘추시대에 제환공은 군주의 올바른 처신을 위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경계하며 이 잔을 늘 곁에 놓고 마음을 닦았다고 한다.
이후 공자(孔子)가 제환공의 사당을 찾았을 때 계영배를 보고 제자들에게 “교만하면 손해를 보고 겸손하면 이익을 본다. 이것이 하늘의 도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과학자였던 하백원과 도공 우명옥이 비슷한 시기에 계영배를 발명했다고 알려져 있다.
도공 우영옥은 왕실의 진상품을 만들던 경기도 광주분원에서 열심히 배우고 익힌 결과로, 스승도 이루지 못한 설백자기를 만들어 명성과 재물을 많이 얻었으나, 방탕한 생활로 재물을 모두 탕진한 뒤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스승에게 다시 돌아와 계영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거상(巨商) 임상옥(林尙沃)은 이 잔을 늘 곁에 두고 인간의 과욕을 경계하면서 조선 역사상 전무후무한 큰 상인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계영배가 가지고 있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칙은 인생에서 어려움을 느끼게 될 때마다 새겨볼 만한 일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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