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이 쏘아 올린 대형 로켓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그 잔해가 지상으로 낙하한 사태에 대해 “국제 안전기준을 무시한 결과”라는 과학자들과 우주 관련 기관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중국이 개발 중인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을 탑재한 총 길이 약 60m의 무인 로켓 ‘장정(長征) 5호 B(Long March 5B)’가 지난 9일 하이난성 발사장에서 발사된 지 10일 후, 그 잔해가 몰디브 북쪽 인도양에 떨어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국가항천국(CNSA)은 그 잔해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기 직전까지도 낙하 예측 지점이나 궤도 투영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았다. 다른 우주개발국이라면 통상적으로 이런 발표는 최소 수 일 전 하게 마련이다.
호주 시드니 맥쿼리 대학의 리처드 드 그리지스 천체 물리학과 교수는 로이터 통신에, “당시 중국의 관련 정보 비공개로 외국 기관들은 장정 5호 B에서 분리된 대중량(大重量) 핵심 단계를 추적해 필사적으로 지구상의 최종 낙하 지점을 예측해야 했다”며, 이 사태로 인해 낙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범위에 포함된 많은 국가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미 항공우주국 (NASA)의 빌 넬슨 국장은 중국이 우주 잔해에 대한 ‘책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넬슨 국장은 “우주개발국은 우주 물체의 재진입 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고 운용에 대해 최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우주활동의 안전, 안정, 안보,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중국을 포함한 모든 우주개발국과 영리단체가 우주에 관해 높은 투명성을 유지하고 책임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런 사태를 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도 중국이 쏘아 올린 또 다른 장정 5호 B의 코어 스테이지 일부가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의 한 마을로 낙하한 사태가 발생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가옥과 건물에 피해가 발생했다.
그리지스 박사는 “지난해 중국 장정 5호 B 부품 2개가 낙하했을 때 연소되지 않고 지상에 도달했다”며 “이는 국제 기준에서 명백히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연합우주국(UNOOSA)은 로켓 잔해가 비연소 상태로 대기권으로 재진입 할 경우 지상 손상 위험 방지를 포함해 우주 파편 완화 방안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총 길이 33m, 무게 2만1000 킬로그램으로 추정되는 단단식(單段式) 장정 5호 B의 코어 스테이지는 로켓의 페이로드(적재물)가 지구 궤도에 오른 뒤 분리됐다. 이는 하단 스테이지가 궤도에 오르기 전에 조기에 분리시켜 안전한 지점으로 낙하시키는 제어 낙하의 구조를 갖추고 있는 다른 많은 이단식 로켓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그리지스 박사는 “중국 로켓 설계는 다른 기능보다 발사 능력을 우선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거운 탑재량을 궤도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추진력만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다른 국가들은 우주 파편 감축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중국 로켓 낙하 사건이 발생하기 며칠 전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 업체 ‘스페이스X (SpaceX)’는 대형 로켓의 최신 프로토타입을 출시해 처음으로 안정적인 제어 착륙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업체에 따르면, 재사용 가능한 초중량 ‘스타쉽(Starship)’은 상공에서 약 10km까지 발사된 후 텍사스의 착륙 지점으로 안정적으로 하강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이 장정 5호 B의 대기권 재진입 예측에 대해 '국제협력기구'를 통해 공유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유인우주사업판공실은 “대기권 재진입으로 잔해의 대부분이 연소됐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잔해 낙하 지점으로 동경과 북위를 보여주는 ‘해양’ 좌표를 제시했다.
유럽 우주국(ESA)에 따르면, 로켓의 잔해는 대기권 낙하 중 ‘완전 연소’되도록 설계해야 하고, 통제 불능의 낙하로 인해 부상자가 발생할 확률은 1만분의 1 미만으로 최소화되어야 한다.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CfA)의 조나단 맥도웰 박사는 “대부분의 우주 개발국들은 통제할 수 없는 재진입을 방지하도록 우주선을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맥도웰 박사는 CBS 뉴스에서 “통제 낙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태도는 지식이나 기술 부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로켓 잔해가 미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박한 무관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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