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루이스 가디스(John Lewis Gaddis)는 미국 예일대학의 현대사 전문 교수이다. 그는 냉전시대의 역사를 파고들어 최근 '냉전: 새 역사'(The Cold War: A New History)를 펴냈다. 미국과 러시아에서 새롭게 공개된 자료를 중심으로 하여 써내려간 400페이지 책이다. 팽귄 출판사에서 펴냈다. 27.95달러. 이 책을 한국인이 읽으면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 있다. 1950년 9월15일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하여 북한군이 일패도지하고 있을 때 스탈린은 소련군의 개입을 포기하고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스탈린은 소련군대를 투입하면 미국과 제3차 대전이 일어날 것이고, 승산이 없다고 본 것이다. 스탈린은 체념한 듯이 "그렇게 하지 뭐. 미국과 이웃하여 살도록 하지"라고 말한다. 그는 김일성에게 게릴라 전투로 전환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다. 가디스 교수의 이 책을 평한 영국 이코노미스트 기자는 "미국이 통일된 친(親)서방적 한국을 만드는 데 무척 가까이 갔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썼다. 통일을 눈앞에 둔 이 정세를 뒤집은 것은 중공의 마오쩌둥이었다. 그는 김일성이 남침을 준비할 때 이를 격려했으며 미군이 개입하면 중국군을 보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김일성이 중국군의 파병을 요청했을 때 마오쩌둥은 정치국 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파병에 찬성한 것은 마오쩌둥뿐이었다. 고분고분한 저우언라이(周恩來)도 반신반의했다. 린뱌오(林彪)는 파병사령관으로 내정되었으나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면서 빠져버렸다. 마오(毛)는 한 사람씩 설득하여 파병찬성으로 돌려놓는다. 중공은 육군을 보내고 소련은 공군으로 엄호해준다는 약속하에서 파병을 결정했으나 마지막 순간에 스탈린은 공군을 보낼 수 없다고 손을 들고 만다. 파병에 반대했다가 마오의 설득 때문에 찬성으로 돌았던 중국 지휘부 사람들은 또 다시 파병반대론을 제기했다. 이때 마오가 또 다시 이들을 설득하여 중공군 30만 명을 북한지역으로 투입하게 되었던 것이다. 한국인 입장에선 마오쩌둥 같은 철천지 원수가 없다. 한민족과 무슨 악연이 있기에 이다지도 모질게 우리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는가? 마오는 1956년에 헝거리에서 반공폭동이 일어났을 때도 소련 서기장 흐루시초프의 등을 밀다시피하여 소련군대를 보내 무자비한 진압을 하도록 했다고 가디스 교수는 이 책에서 썼다. 마오의 반(反)인류적 범죄는 이로써 끝나지 않는다. 대약진운동의 실패, 문화대혁명의 난동, 지주숙청 등으로 약4000만 명을 학살한 것이 마오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 학생들 앞에) 강연하는 자리에서 "나는 중국인중에서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대통령이 "나는 히틀러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면 그는 다음날 하야 즉시 암살되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나는 러시아인 중에서 레닌과 스탈린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면 일주일 이상 백악관에 붙어 있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선 노대통령의 이 발언이 문제되지 않고 넘어갔다. 노대통령의 마오쩌둥 존경 발언이 분위기에 말려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은 지난해 밝혀졌다. 친북좌익 세력이 인천 맥아더 동상을 파괴하려고 하자 보수층과 거의 모든 언론이 들고 일어났다.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맥아더 장군이 한국을 구한 사실을 설명하고 이 동상을 불법파괴하려는 세력에 대해서 단호한 조치를 지시했어야 했다. 노씨는 끝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한 말은 "나쁜 역사도 보존해야 한다"였다. 그의 문법을 분석해보면 그는 맥아더가 만든 역사, 즉 인천상륙전으로 대한민국을 구출한 것을 '나쁜 역사'라고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맥아더의 북진통일을 좌절시킨 마오쩌둥을 존경한다고 한 사람이니 맥아더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침을 지원하고 자유통일을 좌절시킨 민족의 원수를 찬양한 한국 대통령은 자동적으로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원수가 된다. 마오쩌둥과 맥아더에 대한 노무현의 대조적 태도를 보면 그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그와 그의 참모들은 대한민국을 편드는 세력을 적으로 보고,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세력을 동지(同志)로 본다. 실제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북한노동당 간부에게 "동지"라고 말했었다. 한반도 적화혁명의 동지란 뜻이었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는 실토였다. 노무현-국가와 민족의 철천지 원수를 존경한 자! 그가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일은 국민들의 몫이다. 이런 반역적 망언이 그냥 넘어가는 나라의 국민들은, 정권사기단에 의한 국체(國體)바꿔치기도 막지 못할 것이다. 글/ 조갑제(전 월간조선 대표) 對중국 단파방송 - SOH 희망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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