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메신저 카카오가 단체 대화방에서 다른 이용자들에게 나간 사실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나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3인 이상의 이용자 간 실시간 대화를 매개하는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고 대화의 참여를 종료할 수 있게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22일 밝혔다. 아울러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책임도 물을 수 있게 했다.
김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으로 “사실상 전 국민의 절대다수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용 과정에서 이용자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타인에 의해 단체 대화에 초대되기도 하고, 대화방에서 나갈 땐 나갔다는 메시지가 뜬다”며 “퇴장하더라도 다시 초대하는 것이 가능해 이용자의 피로감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의 일반 단톡방과 오픈 채팅에서는 대화방에서 나가는 순간 '○○○ 님이 나갔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뜬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유료 서비스 ‘톡 서랍’ 이용자가 개설할 수 있는 ‘팀 대화방’에만 조용히 나갈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기능을 요구해왔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인만큼 단톡방은 친구·지인·가족을 넘어 대학교 팀프로젝트, 회사 업무용, 종교활동, 각종 동호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때문에 억지로 대화방에 초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많은 단톡방으로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겪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단톡방을 퇴장할 경우 나갔다는 메시지가 채팅방에 뜨기 때문에 직장 상사, 친구, 지인 등 주변 눈치가 보여 나가기가 꺼려지는 경우가 많다.
더 이상 대화가 활성화되지 않는 단톡방이더라도 메시지가 뜨기 때문에 누가 볼까 부담스럽고, 불이익이나 인간관계에 불화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해서다.
김 의원실에서 국회도서관을 통해 조사한 ‘조용히 나가기’ 해외 사례에 따르면 왓츠앱과 위챗 등은 모든 그룹채팅방에서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도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챗은 2018년 이후 그룹채팅방의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도입했다. 이용자는 그룹채팅방을 나갈 때, “방에서 나간 것을 그룹채팅 내 다른 구성원에게 알리지 않으며, 더 이상 그룹채팅 메시지를 받지 않습니다”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메타가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도 지난해부터 프라이버시 강화를 위한 3가지 업데이트 기능 중 하나로 ‘조용히 나가기'를 도입했다. 관리자에게만 참가자의 퇴장 사실 알리는 방식이다.
김 의원은 “기업 스스로 이용자의 요구를 수용해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도입한 위챗이나 왓츠앱과 달리 한국의 카카오는 이를 외면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며 “법률을 통해 전 국민이 사용하는 단톡방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 운영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조용히 나가기 기능은 법안 발의와 별도로 고민했던 사안”이라며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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