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남미 국가들이 공식 문서에서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제3의 성’ 표기를 잇따라 인정하고 있는 가운데, 칠레도 이에 동참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칠레 정부는 14일 역사상 처음으로 성별 표시란에 'X'로 인쇄된 논바이너리(non-binary) 신분증을 발급했다.
발급 대상자는 칠레에서 성중립 다양성을 위한 사회단체 활동가 셰인 시엔푸에고스(29·사진)로, 그는 제3의 성을 공식 문서상으로도 확인받기 위해 9년간의 법정 투쟁 끝에 승소했다.
논바이너리는 기존의 젠더 이분법에서 오는 제약을 타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자신의 성을 특별히 정의하지 않으며 기존의 개념 중 하나로 규정되는 것도 거부한다.
칠레는 성 소수자 정책과 관련해 진보적인 입장이다. 이번 결정은 여러 국가에서 ‘제3의 성’을 인정한 가운데 나왔다.
현재 미국과 뉴질랜드, 독일, 호주, 네팔 등이 제3의 성 표기를 인정하고 있으며, 중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콜롬비아가 동참했다.
제3의 성 정책을 강력 추진 중인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내년 말까지 여권 카드나 대사관 등에서 인쇄되는 비상 여권, 여권 기관과 센터에서 발급되는 신속·긴급여권, 해외 출생 영사 보고서 등에도 '젠더 X'를 표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중남미에서 성 중립적 신분증명서를 인정한 것은 지난해 4월 아르헨티나가 처음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주민등록증과 여권에 남성(M)·여성(F) 외에 'X' 성별 옵션을 추가했다. 멕시코와 콜롬비아가 그 뒤를 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10년 중남미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해 전 세계에서 성 소수자 관련 정책에 있어 가장 앞장선 국가로 거론된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아들 에스타니슬라오 페르난데스 역시 커밍아웃해 아버지의 대통령 취임식에 무지개 깃발을 주머니에 꽂고 참석한 바 있다.
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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