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지난달 31일 중국을 방문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정상회담을 갖고 ‘황금시대’를 선언했지만,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 구상을 지지하는 내용의 서면 양해각서(MOU) 체결에는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번 방중에 역대 최대 규모인 50명의 방중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 우한(武汉)에 도착해 2박 3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메이 총리와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北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이 동서 문명이 서로 교류하며 거울로 삼고, 다른 문명국가와 화합 공생을 촉진하는 모델을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스탠다드차타드와 중국 개발은행이 일대일로 연선(沿線)국가의 인프라 개발을 위한 100억 위안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을 포함해 총 90억 파운드(13조6천억원)에 이르는 경협 프로젝트에 서명하는 등 훈훈한 성과를 냈다.

FT는 메이 총리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영·중(英中) 양국이 일대일로 전략을 함께 펼쳐 전 지구 및 지역의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대일로 구상을 지지하는 내용의 서면 양해각서(MOU) 체결에 거부해, 일대일로 지지를 공식적으로 못 박는 것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FT는 메이 총리의 MOU 거부로 중국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메이 총리의 방문을 통해 가장 얻고자 했던 것은 영국으로부터 일대일로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얻어내, 영국이 유럽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올라타는 첫 국가가 되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우한에서 중국 도착 일성으로 “중국이 국제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경고한 데 이어 중국 방문 기간 중 줄곧 중국이 ‘국제기준을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일대일로에 대한 영·중의 이견에 대해, 서방국가들이 중국의 부상에 대해 이중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추이훙젠(崔洪建)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유럽연구부 주임은 “메이 총리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일대일로 추진을 강조한 것은 다른 서방 지도자들의 우려에 호응함”을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지루(沈驥如)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영국은 브렉시트(Brexit) 이후로 유럽이나 세계에서 주변화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잘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수백 년 간  글로벌 강대국으로 군림해왔기 때문에 일대일로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사진: AP/NEWSIS)

권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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