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산(産) 등으로 알려진 유럽 명품 신발이 동유럽 빈곤국에서 최저 임금 미만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에게서 생산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의류산업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단체인 '상표 뒤의 노동(labour behind the label)'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제옥스(Geox), 자라(Zara), 로바(Lova), 다이히만(Deichmann) 등 명품 신발 브랜드로 알려진 유럽 업체들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동유럽 빈곤국의 열악한 생산 환경에서 만들어진 저렴한 제품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붙여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유럽 번화가의 백화점 등에서 판매되는 대다수의 값비싼 명품 신발은 동유럽 빈곤국인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등에서 최저 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생산됩니다.

알바니아 노동자들은 시간당 49펜스(한화 723원)를 받고 유럽 시장에서 팔리는 신발을 만듭니다. 시급 49펜스는 알바니아에서도 불법입니다. 시급 64펜스(한화 945원)를 받는 마케도니아 노동자들은 실내 온도가 매우 춥고 유해한 화공 약품 냄새가 가득한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에 냄새에 중독돼 쓰러지는 경우가 허다하며, 구급차가 아닌 손수레에 올려져 병원으로 실려 갑니다.

단체 측은 신발이 다른 유럽 국가에서 '조립', '제조'될 수 있다고 허용한 규정 때문에 이 같은 제조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밖에 신발의 재료인 밑창, 안감, 겉가죽 등을 '수출'해 저임금 국가에서 제품을 만든 뒤 관세 없이 다시 수입해 'Made in Germany' 같이 각 국의 상표를 붙이는 방식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체 측은 또 영국 대형 백화점인 하우스 오브 프레이저, 존 루이스 등에서 판매되는 이탈리아 제옥스(Geox)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마케도니아의 공장이 초과근로를 시키면서도 법정 급여인 145유로(한화 18만4천원)에 못 미치는 131유로(한화 16만6천 원)를 급여로 지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외에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의 빈민국에도 이 같은 공장들이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매일 50~60켤레 이상의 신발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단체 관계자 맥멀렌은 "보통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의 노동착취는 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실은 유럽과 가깝다.“며, ”유럽의 브랜드 업체들은 제품을 만든 곳을 공개해 이제부터라도 노동자들에게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에서는 매년 240억 켤레 정도의 신발이 생산되며, 이 중 7억2천900만 켤레가 유럽에서 만들어 집니다. 중국산 신발의 평균 수출가는 3파운드(한화 4천431원)인데 반해 이탈리아 신발의 평균 수출가는 39파운드(한화 5만7천원)로 10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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