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을 부담할 것’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또는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28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대가로 10억 달러를 낼 것”을 요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가 과도한 끔찍한(horrible) 협정”이라며, “재협상 또는 종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FTA는 한쪽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에게 협정 종료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되게 돼 있다.
통신은 이번 인터뷰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발언 6가지 중 3가지가 북한 문제와 한국의 사드 비용, 한미 FTA 재협상(또는 종료)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이 우리 사드 방어 체계 비용을 지불하길 원한다”며, ‘10억 달러(약 1조 1,334억원)’를 제시했다. 또 한미 FTA에 대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거론하며, ‘재협상 또는 폐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한 설명에서 한미 FTA를 ‘끔찍한 협상’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우리는 외교적으로 (북한 문제를) 풀고 싶지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북한과 대단히 심각한 충돌(major, major conflict)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더 바란다”고 밝혔다.
또 최근 북한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려운 일을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혼란과 파국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듯 하다”고 평가하고, “시 주석이 우리를 도와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느끼므로 그와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14일 한미 FTA 5주년을 앞두고 정부·경제기구 등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 위협을 의식이라도 한 듯 FTA는 한미 모두에 ‘윈-윈’이라는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실제로 한미 FTA는 가시적인 성과를 남겼다. 한국 상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FTA 발효 직전인 2011년 2.57%에서 2016년 3.19%로 증가했고, 지난 5년간 무역수지 흑자는 총 116.1억 달러 늘었으며, 자동차·전자 등 수혜품목 뿐 아니라 비수혜품목에서도 대미수출량이 대체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한미 FTA는 한국 경제가 여전히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 경제의 문제점도 드러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수출 중 60%는 대기업과 해외 자회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5년 동안 늘어난 무역 흑자 1,000억 중 중소기업이 수혜를 본 비율은 20%뿐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기업에서 2·3차 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이미 실종 상태인 상황에서 한미 FTA의 수혜가 고르게 분배됐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보다 한층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서비스 무역수지의 적자 폭 확대다. 2015년 한국의 대미 서비스 무역수지 적자는 140.9달러로 FTA 발효 전인 2011년(적자 109.7억 달러)에 비해 증가했다.
이 중 57.3억 달러의 적자는 미국에 지불하는 지적재산권 사용료에서 나왔다. FTA에 따라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화되며 사용료도 FTA 발효 전과 비교해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상품 무역수지에서 250억 달러가 넘는 흑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리 안심할 수 있는 문제만은 아니다.
그것은 이미 여러 해부터 지적된 대기업 위주 성장, 소극적인 R&D 투자 등의 문제점이 한미 FTA에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고부가가치 서비스·기술 산업, 상생·협력 경제가 성장 동력으로 대두되는 시대에 한미 FTA가 한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에 대해서도 점검해봐야 한다.
곽제연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