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북-중 국경지대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또 13일에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중국 은행에서 아무 설명 없이 대북 송금 접수를 거부한 것도 확인됐다.
중국 당국은 9일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직후 신의주 맞은편의 국경도시 랴오닝성 단둥시 동북쪽 교외 20㎞ 지점에 ‘탈북자들의 월경 방지용’으로 보이는 철조망을 설치한 것이 15일 확인됐다. 이 지역 주민 천아무개(52)씨는 이날 북한 핵실험 직후인 11일께 “중국 인민해방군 1개 소대 병력이 단둥시 동북쪽 후산장성(명나라 때 쌓은 산성) 부근 압록강변 북-중 국경지대에 철조망 벽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중 국경지대에 철조망을 세운 건 처음이다.
이 시설물은 2. 높이의 티(T)자형 콘크리트 기둥을 세운 뒤 가로로 철망을 두른 것으로, 강둑 맨 가장자리에 설치해 강에서 뭍으로 올라올 수 없도록 가로막고 있다. 철조망은 압록강의 수심이 얕고 강폭이 좁은 곳에 집중적으로 설치됐다. 강폭이 넓어 헤엄쳐서 건너기 힘든 곳에는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이 시설물이 탈북자들의 월경을 막기 위한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지금까지 철조망이 설치된 국경지대는 대략 20㎞ 정도에 이른다. 천씨는 중국 당국이 주민들에게 북-중의 강폭이 가까운 다른 지점에도 철조망 설치를 예고했다고 전했다. 또 북한 영토인 위화도와 중국 사이에 있는 타이양다오(태양도, 중국령)에도 철조망을 설치하기 위해 1㎞ 가량 T자형 콘크리트 기둥을 길게 세워놓은 사실이 <한겨레> 취재진에 이날 확인됐다.
한편, 13일 중국 단둥에서 대북무역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날 북-중의 외환 송금이 중국 쪽 은행에 의해 접수가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2003년 석유공급 일시 중단 때와 마찬가지로, 송금 통제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에 경고를 보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고 있다. 단둥/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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