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외교부 아주국 소속이자 전 주한 중국대사인 싱하이밍(邢海明)이 최근 한·중 고위급 포럼에서 “(한국)정부는 반중(反中) 극우 세력을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이런 주장은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 루이지(瑞吉) 호텔에서 비공개로 열린 제25차 한중고위지도자포럼에서 나왔으며, 한국 측 회의 참가자(익명)를 통해 알려졌다.
해당 포럼에서 싱 전 대사 등 몇몇 중국 측 참가자들은 ‘극우·보수세력·일부 정치세력’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이들이 한·중 관계를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싱 대사는 한국 정부를 향해 “극우 세력을 단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 참가자는 “중국 측은 이재명 정권 출범에 기대를 갖고 있으며, 한·중 관계가 나쁜 원인을 극우세력에 돌리려 했다”며 이날 포럼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게 국민의 여러 외교적 의견 중 특정 의견을 정부가 나서서 단속하라는 요구는 중국 관료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라는 지적과 함께 내정간섭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당장 한중고위지도자포럼에서도 한국 측 참가자들이 싱하이밍 전 대사를 향해서 “반중 여론을 (한국) 보수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반론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 대해 내정 간섭, 외교적 결례를 일삼는 중국이지만 ‘망언’ 수준의 이번 주장은 한국의 현 정부의 친중 기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 “외교 결레 + 내정 불간섭 위반”
이창호 위원장은 “외교관은 상대국의 정치적 지형이나 내부 세력에 대해 입장을 드러내기보다, 양국 간 상호 이해와 협력을 촉진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교관이 상대국의 특정 집단을 향해 경고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외교 원칙인 ‘내정 불간섭’을 위반한 것이라는 비판도 함께 밝혔다.
한편, 싱하이밍 전 대사의 발언은 올해 있었던 한국의 정권 교체와도 연결됐다. 지난 2023년 6월, 한국에서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회동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싱하이밍 전 대사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다가 나중에 후회한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 대표를 불러놓고 한 발언이라 더더욱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 그때 당시 합석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싱하이밍 전 대사를 비롯한 중국 측 인사들이 다시 노골적인 메시지를 과감하게 내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중고위지도자포럼을 참석한 인물들은 “중국 측에서는 한국의 새로 출범한 정권에 기대를 갖고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싱하이밍 전 대사의 이번 발언은 그의 의도와는 달리 국내 반중 정서를 더욱 자극하고, 동시에 현 정부에 대한 친중 정권 의혹을 더욱 가중시킨 상황이다.
한·중 지도자포럼은 21세기 한중교류협회(회장 김한규 전 총무처장관)와 중국외교학회(회장 왕차오 전 외교부 부부장)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고위급 교류 플랫폼으로 지난 2001년 개설한 뒤 한해도 거르지 않고 개최됐다. 비공개로 열린 올해 25차 포럼은 양국 주최 측 모두 홈페이지에 사진이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행사에 대해 중공 관영 ‘인민일보’는 지난달 29일 “한국 측 대표단 김한규 21세기 한중교류협회장,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건 국민의힘 의원 등 13명은 전날 펑칭화(彭淸華)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과 인민대회당에서 회견을 갖고 한중관계 및 양국 입법기구간 교류를 논의했다”고 짧게 보도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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