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재해나 사고발생 직후 현장에 나가 구원활동을 지휘해 ‘소방대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원자바오 총리는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다른 상무위원들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재해에 대한 발언도 아끼고 있습니다.

관계자 정보에 따르면 원 총리는 이번 베이징 호우로 사망자가 다수에 이른 책임이 자신에게 전가되는 것을 거부했으며, 다른 상무위원과 함께 ‘공동 책임’을 지는 일도 거부했습니다.

베이징 당국은 이번 베이징 호우로 사망자 수를 당초 37명에서 77명으로 수정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당국의 발표에 더욱 의혹을 갖고 있으며, 실제 사망자수는 적어도 1,000명 이상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7월 11일 베이징 호우 당시 원 총리는 호우사태를 수습하기 전 재해 현장에 도착해 구호활동을 하고 피해자를 문병했습니다. 또 베이징 시정부에 ‘베이징시 건설의 문제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추가 강우에 대비해 전기공급, 교통 및 주택, 특히 위험한 노후 주택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상무위원들처럼 현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습니다. 군이나 공안이 복구나 구호에 나서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호우가 내린 며칠 뒤인 26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국무원의 위탁에 따라 리리궈(李立国) 국무원 민정부장이 국무원 구호팀을 이끌고 베이징 팡산(房山)구 저우커우뎬(周口店)과 청관(城关)진으로 가 피해 상황을 조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시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상징적인 제스처인 것으로 보입니다. 동일한 베이징 호우에 대해 원 총리의 대처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중공 권력구조 안에서 베이징은 특별한 중요성을 갖고 있으며, 중공 정치의 중추입니다. 따라서 베이징은 행정을 담당하는 국무원이 아닌 당내 실력파에 의해 장악되는 것이 통례이고, 베이징을 지배할 수 있으면 중국 정치의 중추를 손에 넣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베이징은 장쩌민의 심복인 저우융캉과 류치(劉淇)가 장악했습니다.

이 때문에 베이징 호우로 심각한 재난이 발생한 후 시민들의 분노가 치솟아도 후진타오 주석과 원 총리가 모두 침묵을 유지한 것입니다.

지난 3일 베이징 대표대회에서 연령제한으로 은퇴하게 된 류치에 이어 베이징 서기에 선출된 궈진룽(郭金龙) 당시 베이징 시장은 호우가 내린 지 4일만인 25일 시장직을 사임했습니다. 후진타오파의 중진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그가 사임함으로써 후진타오파는 장쩌민파에 의한 실정(失政)의 책임을 떠안게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한편 지난 28일자 인민일보와 해방군보(解放軍報)는 톱 뉴스로 후진타오 주석의 공적을 추켜세우며 군은 ‘후진타오 담화를 학습할수록 격려를 받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곧 개최될 베이다허(北戴河) 회의(지도부의 인사 및 정책을 결정하는 비밀 회의)에서 군과 국내 정세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후진타오 체제를 내외에 과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베이징 호우로 중공의 각 파벌의 방향과 기량이 드러나면서 그에 대한 대응이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원 총리는 후 주석과 같이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양자간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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