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이 지난 6월 10일,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 대해 보복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반(反) 외국 제재법'을 홍콩에서도 시행하려다 홍콩 내부의 거센 반발 때문에 일단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8월 25일 ‘와이타임스’에 따르면, '반외국제재법'은 서방이 중국의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중국 기업이나 개인을 제재할 경우 행정이나 사법 등 각 분야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반외국제재법은 “중국 기업이나 관리들을 상대로 한 외국의 제재에 충실한 개인과 기업에 대해 비자 발급 거부, 입국 거부, 추방, 자산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외국의 제재로 피해를 본 기업에 보상할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외국기업의 중국 투자와 거래에 대한 불안감을 높여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중국 주재 유럽연합상공회의소 조르그 우트케(Joerg Wuttke) 회장은 지난 6월 반외국제재법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통과되자, “중국의 투명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 법이 시행된다면 서방의 많은 기업들은 정치적 희생물이 될 것을 우려해 중국 투자 유치를 꺼리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반외국제재법은 사실상 중국에 무한정의 제재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외국제재법에는 △관련 기업인의 비자 거부 또는 취소를 포함해 중국내 자산에 대한 압류 및 동결 △중국 법인과의 거래 또는 협력 차단 △‘명시되지 않은 기타 필요한 조치’까지 담겨 있어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된 기업은 초토화될 위험성이 매우 크다.
■ 홍콩 내 거센 반발
8월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반외국제재법을 홍콩과 마카오에 적용하려 했지만 내부의 거센 반발로 일단 연기됐다고 밝혔다.
홍콩 경제계에서는 이미 중국 당국의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제재로 증시도 급락하고 경제마저도 어려운 데 반외국제재법까지 시행된다면 기업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더욱 흔들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일단 중국 당국은 이 법이 홍콩과 마카오에서도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자본을 위협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홍콩 경제계의 강력한 우려 때문에 일부 조항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홍콩과 마카오에는 각각 현지의 헌법과 입법부가 있지만, 중국 당국이 전인대 상무위원회를 통해 법안을 직접 제정하면 홍콩과 마카오에게 법의 집행을 강제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이미 홍콩보안법과 반민주주의적이라 비판받는 홍콩 입법부 선거제도 개편 등이 시행된 바 있다.
홍콩의 다국적기업들은 반외국제재법 제정이 일단 연기되었지만 이 법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행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의 내용과 관계없이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얼마든지 마음대로 다국적기업들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법이 시행될 경우, 강제노동 혐의를 받고 있는 신장 지역 등의 민감한 문제와 연결되면서 면화 등의 수출입 문제와 연결될 것이고 그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국제무역변호사인 호건 로벨스는 WSJ에 “홍콩의 다국적기업들 가운데 대형 금융기관 같은 경우는 미국이나 영국법을 따르게 되면 중국의 반외국제재법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홍콩의 다국적기업들은 일상적인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의 내용을 조정해 줄 것을 홍콩 당국에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홍콩은 중국 당국에 반외국제재법 적용을 반드시 홍콩정부와 협의해 줄 것과, 경우에 따라 중앙정부가 아니라 홍콩입법부에서 현지 법률로 제정될 수 있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왜 반외국제재법의 홍콩 적용에 대해 한발 물러섰을까?
8월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은 홍콩이 중국 경제성장에 있어서 세계를 향한 개방창구 역할을 하고 있으며,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해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반외국제재법 적용을 연기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홍콩의 기업 자유 보장이라는 화두를 다시 꺼내든 가장 큰 이유는 △홍콩의 일국양제 카드를 강제로 탈취하고 △홍콩보안법 강제 적용으로 홍콩의 자유가 사라지고 있어 기업 활동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의 일국양제 폐지로 홍콩은 사실상 ‘동방의 진주’라는 명성이 훼손됐다. 세계인들은 중국이 홍콩을 향해 강압적으로 행하는 정책들을 홍콩의 명성을 하루 아침에 뭉개버리는 ‘도시약탈’과 같은 만행으로 보기 시작했고, 중국의 미래 또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홍콩을 떠나는 기업들
이런 이유로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홍콩을 떠나고 있다. WSJ은 지난 6월 6일 “세계 최대 명품업체인 프랑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프랑스 화장품기업 로레알, 일본 소니 등 각국의 간판 대기업들이 한때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이자 ‘아시아의 허브(hub·중심지)’로 불렸던 홍콩을 속속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스페이스, 반스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VF코퍼레이션도 올해 1월 25년간 운영했던 홍콩 사무소를 폐쇄했다. 한국의 네이버도 고객 개인정보 등 백업 데이터를 보관하는 국가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바꿨다.
홍콩의 다국적기업들이 떠나간 자리는 중국 기업들로 채워지고 있다. WSJ은 “최근 12개월간 미국 기업 45곳은 홍콩 사무소 및 지역 본사를 폐쇄했다고 전했다.
WSJ는 이어 “최근 홍콩의 업무용 사무실 공실률(비어 있는 비율)이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이 중 80% 이상은 글로벌 기업이 홍콩을 떠나며 발생한 공실”이라고 부연했다.
WSJ은 △날로 강화되는 중국 개입 △이로 인한 불안 △코로나19 대유행 등을 기업들의 탈(脫)홍콩 배경으로 짚었다.
한편,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325명 중 42%가 “국가보안법 우려,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이주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 황폐화 된 홍콩 경제
이러한 상황으로 홍콩의 경제는 급속히 황폐화되고 있다.
SCMP는 지난해 연말의 홍콩 풍경을 전하면서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전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이 몰려와 발 디딜 틈이 없었던 홍콩이 최근 ‘눈물의 폭탄 세일 중’”이라면서 “홍콩에서 계속된 민주 탄압과 코로나 팬데믹이 지금의 홍콩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다보니 실업률이 치솟고 고용 안정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졌다”며, “정부의 지원금이 종료되면 실업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중국의 미래’라 불렸던 홍콩이 무너져 내리자 중국 당국도 급기야 더 이상 홍콩에 대한 탄압을 일단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남아있는 다국적기업과 금융기관들마저 철수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홍콩의 위기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장남으로 혁명 2세대를 일컫는 훙얼다이(紅二代)의 맏형 격인 ‘덩푸팡(鄧樸方)의 공개편지’에서도 ”홍콩의 혼란이 거의 1년이나 계속되는데 도대체 누가 홍콩의 일국양제라는 좋은 시스템을 파괴했는가? 중앙의 영도자는 이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고 지적된 바 있다.
세계 금융허브였던 홍콩이 무너져 내린 것은 결국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위한 야욕 때문이었다. 홍콩으로부터의 민주주의 정신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홍콩에 있는 시진핑 정적들의 자본줄을 차단하기 위해 홍콩을 때린 것이다.
중국은 아마 홍콩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것을 후회할 것이다. 홍콩의 봄날은 이렇게 이미 지나갔고 여름도 없이 이제 늦은 가을로 접어 들었다.
홍콩에 부는 삭막한 바람은 주윤발의 코트 깃을 생각나게 하지만 그것은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일 뿐, 지금 홍콩 거리에는 낭만은 사라지고 중국 공산당의 탐욕만 낙엽처럼 나뒹굴고 있다. / Why Times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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